1. 아나 프로이트의 생애
아나 프로이트는 방어기제이론, 아동발달, 유아기 모자관계의 중요성 등을 주로 연구한 아동 정신분석자로, 1895년 12월 3일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막내딸로 태어나 1982년 사망했다. 20대 초반에 교사로 일했으나 1920년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정신분석학 연구에 입문했다. 아나 프로이트가 다룬 최초의 환자는 언니 소피의 아들인 조카였다. 아동들을 분석하면서 1922년 비엔나 정신분석협회의 회원이 되었다. 저서 《자아와 방어기제》(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se)는 자신의 일상경험에 근거했으나, 이론적 통찰의 주된 출처는 아버지의 저서에 의존했으며, 아버지의 이론에 대한 아나 프로이트의 의존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2. 주요 개념
1) 불안
방어기제와 관련된 불안의 개념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수립되었다. 처음에는 불안이 내적인 호르몬 축적과 외적인 성적 자극으로 생긴 자극으로 생긴 긴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가정하였으나, 나중에는 성적 감정이 충족되지 않으면 넘쳐서 불안으로 방출된다고 보아 불안이 원초아에서 야기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후 불안이 원초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근원이 자아에 있는 것으로 크게 수정되었다.
프로이트는 현실적 불안,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불안을 설명했다. 현실적 불안은 외부세계에 객관적 공포대상이 현존할 때 무서워하는 것으로, 정상인의 타당한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증적 불안은 원초아의 충동이 의식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낄 때 생기는 정서적 반응이다. 도덕적 불안이란 자아가 초자아로부터 처벌을 예감할 때 발생한다.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현실적 불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본능적 충동을 통제해 적절하게 그 충동을 방출할 수 있고, 가치관과 규범을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으므로, 불안은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감소한다.
2) 자기 방어기제
자아방어란 자아가 불안에 대처할 때 작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인간은 늘 마음의 평정을 원하지만 내적 · 외적 사건이 흔히 이를 깨뜨린다. 방어기제는 이럴 때 나타나는데, 불안이 지속되고 강하면 자아가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내적 · 외적 현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충동이나 주위환경의 요구에 비현실적 방식으로 대처할 때 방어기제가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아가 약하다는 의미이다.
방어기제는 갈등의 원천을 왜곡하거나 대체하거나 차단하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채택되며, 대부분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방어기제가 동원된다. 방어기제는 불안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회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테일러와 브라운(Taylor & Brown, 1988)은 방어를 병리적으로 보는 대신 방어가 적응을 돕고 정신건강을 향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에 의하면 자아방어는 정상적이며 성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어에는 정신병리적 측면이 있어 방어기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심각한 심리적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방어기제의 과다한 사용이 다른 자아기능을 발달시키지 못하도록 정신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방어가 정상적인지 혹은 병리적인지에 관한 논의에서 아나 프로이트는 ① 한 가지 방어를 사용하는지 혹은 여러 가지 상이한 방어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는 균형, ② 방어의 강도, ③ 사용된 방어의 연령 적절성, ④ 자아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 방어가 그 위험이 사라져도 사용되는지 혹은 사용되지 않는지와 같은 철회 가능성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 네 요소에 근거해 정상적 성격 혹은 병리적 성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3. 아나 프로이트의 10가지 방어기제
1) 억압
억압(repression)은 방어의 기본적 기제이다. 불안에 대한 일차적 방어기제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억압은 용납할 수 없는 충동을 무의식으로 추방하는 능동적 · 무의식적 과정이다.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방어와 충동에 대한 방어는 불안과 죄의식을 피하여 자아를 보호하려는 동일한 동기와 목적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억압된 충동은 의식적 노력으로 표면화되지 않는다. 억압은 한 번도 의식된 적이 없을 수도 있고(1차적 억압), 한 번 의식된 것일 수도 있다(2차적 억압).
2) 반동 형성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은 불안을 야기하는 충동, 감정, 생각이 의식의 수준에서 반대로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처음의 충동이나 감정,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표현을 통해 의식에서 감춰지는 것이다. 증오는 애정으로 대체되고, 관심은 무관심으로, 질책 대산 칭찬으로 표출된다. 반동 형성은 현실적으로 적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불안을 막는 유용한 방어기제가 된다.
3) 퇴행
잠재적 외상이나 실패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처할 때 해결책으로 초기의 발달단계나 행동양식으로 후퇴하는 것이 퇴행(regression)이다. 어릴 때 효과적이고 위안이 되었던 행동으로 되돌아가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다. 배변훈련이 충분히 된 아동이 동생이 태어난 후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집중되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4) 격리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연관된 감정을 의식에서 떼어 내는 것이 격리(isolation)이다. 즉, 감정이 사고와 분리된다. 아버지와 관련되어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무의식에 남아 있는 한 청년이 자기 아버지의 감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말할 때는 슬픈 감정을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권위적인 남자가 죽는 영화를 볼 때 비통하는 우는 것은 격리의 한 예가 된다.
5) 취소
취소(undoing)는 보상과 속죄의 행위를 통해 용납할 수 없거나 죄책감을 일으키는 충동이나 행동을 중화 또는 무효화하는 것으로, 심리적 말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비서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을 느낀 남자가 부인에게 줄 비싼 선물을 사는 것이나 기도문을 되풀이하는 방법으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취소에 해당한다.
6) 투사
투사(projection)는 자신의 용납할 수 없는 충동, 생각,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이러한 충동, 생각, 행동을 느끼거나 행한다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에 대해 느끼는 강한 성적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여성이 모든 남성이 성적으로 그녀에게 관심이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원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투사에 해당된다.
7) 투입
투입(introjection)은 외부의 대상을 자기 내면의 자아체계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애증과 같은 강함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자기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대상에 대한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자신에게로 지향한다는 점에서, 투입은 우울증을 야기하는 중요한 기제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미워하는 것이 자아에 수용될 수 없기 때문에 나 자신이 미운 것으로 대치된다. 투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8) 자기로의 전향
자기로의 전향(turning against self)은 공격성 같은 본능적 충동이 자기에게 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부부싸움을 한 남편이 화가 나서 자기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것은 부인에 대한 분노를 자기한테로 향한 것이다.
9) 역전
감정, 태도, 특징, 관계, 방향을 반대로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역전(reversal)과 반동 형성의 구별은 어렵다. 엄밀한 의미로 반동 형성은 감정의 역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동 형성보다 역전이 더 일반적 기제이며, 더 광범위한 행동을 포함한다. 역전의 예로는 극도로 수동적이며 무력한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반항하면서 성장해 자신만만하고 유능하게 된 여성이 자신의 성공에 대해 죄책감과 불안을 경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10) 승화
리비도를 성적 목표로부터 더욱 고상한 사회적 목표로 전환하는 것이다. 승화(sublimation)란 용납할 수 없는 소원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으로 표출하는 가장 성숙한 방어로 간주된다. 창조적 예술작품은 성적 또는 공격적인 본능의 순화로 여겨진다. 경쟁적인 운동을 즐기는 것도 공격적 본능의 승화에 해당한다.
4. 방어기제의 위계서열
① 합리화
② 억압
③ 전치
④ 동일시
⑤ 전환
⑥ 격리 혹은 지성화
⑦ 반동 형성 혹은 과잉보상
⑧ 취소
⑨ 내면화
⑩ 투사
⑪ 부정
많은 임상가가 동의를 표시한 방어기제의 위계서열이다. 좀 더 정교한 방어기제가 위에 있으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원시적이며 초기 발달단계에서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방어기제가 상대적으로 정교한지 또는 원시적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방어기제가 보유한 현실검증의 정도이다.
합리화는 현실을 최소한도로 왜곡하는 반면, 부정은 전적으로 현실을 부인한다. 합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방식으로 그의 행동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 들어갈 자신이 없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자기의 이상에 맞는 대학이 우리나라엔 없는 것 같다며 수학능력시험을 포기하고 취업반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왜곡의 정도가 크지 않다.
반면, 부정은 현실의 전면 부인까지 포함한다. 이 방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현실을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부정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어머니는 죽은 아이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 돌볼 수 있다.
출처: 이인정·최해경, 인간행동과 사회환경(개정 3판), 나남, 2020
'사회복지·장기요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동기 ─ 인간의 성장과 발달 (0) | 2024.03.14 |
---|---|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성격이론 (0) | 2024.03.06 |
노인장기요양 2024년 월별 기준근무시간(특례 규정, 대체 휴무) (0) | 2023.12.23 |
유아기 ─ 인간의 성장과 발달 (0) | 2023.11.12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성격이론 (0) | 2023.11.02 |